입원 직전의 까뮤. 약을 먹이기 위해 요다 코스프레.







입원 중의 까뮤.






퇴원 전의 까뮤. 그루밍을 시도하는 중.







퇴원 직후의 까뮤. 3일 동안 끊임없이 골골송을 불렀다.







현재의 까뮤. 집안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풍경.





그리고,






 
요런 모습이라든가,

 





요런 모습.




요런 모습을 보이고 있음.
몸무게는 날마다 조금씩 늘어서 1.3kg를 넘겼다.
(입원 전에 1.2kg)





 



아직은 몸 여기저기 털이 깎이거나 빠진 자국이 남아 있지만,










"이제 괜찮아요!"


'고양이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봉이 개인기  (0) 2012.12.06
감시자  (0) 2012.03.06
고양이가족  (7) 2012.02.19
범백 물렀거라  (1) 2012.02.04
고양이와 함께 하는 시간  (1) 2012.02.02

설정

트랙백

댓글


고양이 가족 구성 및 발병 전

부모묘 2 + 생후 7주차의 아깽이 6 = 총 8묘


<여섯 아깽이들>


1월 2일 - 찬이 입양감
1월 3일 - 베베 입양감
1월 5일 - 찬이 이틀 동안 혈변 후 범백 키트 양성 반응 (강하게)

           - 집에 남은 네 아이들 모두 범백 키트 양성 반응 (약하게), 증상 없음
           - 베베 음성 반응 (키트 음성, 증상 없음 - 감염 안됨)




▷ 범백 초기 또는 잠복기 : 2011년 1월 9일 - 1월 21일


키트 양성 반응이 뜨고 4일 후인 1월 9일, 벨라부터 혈변이 시작되었다.
혈변이라고는 하지만 모양 잡힌 약간 무른편 끝에 피가 섞여 나오는 정도였다.
활동성, 식욕 모두 나쁘지 않았고 구토나 설사는 없었다.
통원 치료 하며 약 대신 아침 저녁으로 주사를 맞았다.
네 아이와 부모묘까지 여섯 묘의 변 상태를 각각 확인하기가 어려웠지만
가능한 옆에 붙어서 시간별로 먹는 양과 화장실 이용하는 것을 기록했다.

1월 18일 : 통원치료 중단.
병원에서는 1월 20일까지 괜찮으면 완치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무렵 먼저 분양된 찬이는 완치 판정을 받고 1차 접종까지 마친 후였다.
분양된 또다른 아이 베베는 아무 증세도 나타나지 않았다.



▷ 발병 : 2011월 1월 22일 ~ 1월 25일

다 나았다고 생각하고 안심할 무렵, 모든 게 시작되었다.

1월 22일. 23일 : 까뮤가 하루 한 차례씩 구토를 했지만 소화기능 문제로 여김


1월 24일 : 범백 항체 검사를 위해 벨라와 까뮤 병원 방문. 항체 전혀 없음.
백혈구 수치 정상. 탈수 없음. 병원에서 처음부터 범백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견해를 보임.
(키트 양성 반응 후 2주 이상이 지났으므로 약하게라도 항체가 형성되어 있어야 하는데
항체 검사 키트는 완벽하게 깨끗했음)

까뮤 구토 증상에 따라 약 처방 받음

1월 25일 : 까뮤 밤새 구토. 식욕 및 활동성 제로. 우유 구토 시작, 둘다 입원함.

이후 남은 아이 둘에게도 차례로 증상이 나타남.
우유에게 집에서 강제급여 시도했으나 구토가 악화됨.



▷ 입원 및 투병 시작 : 2011월 1월 25일 ~


네 아이 모두 24시간 병원에 입원함. 
까뮤에게 범백 키트 재검. 강렬한 양성 반응.
수액처치 및 혈청주사 투여.
PCR 결과 범백 확진.



▷ 범백 말기(토리/벨라/우유) 

까뮤의 상태가 가장 안좋았다. 토마토케첩같은 진짜 혈변을 봤다.
다른 세 아이는 오히려 활력이 남아 있었고 음식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러던 중에...

1월 30일 :  토리 상태 악화됨. 밤 11시 경 사망
1월 31일 : 벨라 / 우유 기력이 떨어짐. 수혈 받음
2월 1일 새벽 : 벨라 / 우유 상태 악화됨. 세 시간 간격으로 사망 (0시~3시)

모두 하루 만에 급격히 악화된 것이었다.
세 아이 모두 사망까지 같은 양상을 보임 :
구토 혹은 설사 → 저체온증 → 동공 풀리고 의식 불명
이 단계가 몇시간 안에 진행되었다.


2월 2일 : 아빠묘인 석봉이 발병. 발열 / 설사 / 무기력/ 식욕부진 증상. 범백 키트 양성 반응

2월 3일 : 석봉이 퇴원.  이틀 후 회복.  5일간 약물치료. 



▷ 계속되는 까뮤의 투병기






2월 1일 : 입원 7일째. 갑자기 활력을 찾음. 꾹꾹이도 하고 골골송도 부름. 밥을 조금씩 먹기 시작함.

[강제급여 시작]


2월 4일 : 기력이 다시 떨어짐. 물설사 / 녹색 구토(담즙). 강제급여 중단

2월 5일 : 설사 심해짐. 혈변도 다시 보임. 기저귀 착용시킴.


입원 2주째. 맨 처음 키트 검사 후 한달째.
나는 지치고 화가 나고 혼란스러웠다.
입원치료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늘어나는 병원비도 걱정이었지만, 그보다는 입원치료가 과연 옳은 선택이었나 싶어졌다.
극도의 스트레스가 병을 더 악화시키는 건 아닐까?
아이들이 자신이 치료받고 있다는 걸 모를텐데, 버림받았다고 느끼진 않을까?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 해도 병원에서 마지막을 맞게 하는 게 옳은 걸까?

하지만 이제 와서 퇴원을 시키자니 속수무책이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꼴 밖에 안되는 거 아닐까?
아깽이들은 집에서 혈관수액을 놓을 수가 없고(양조절이나 막히는 증상에 대한 위험)
피하로 수액을 놓기엔 상태가 너무 안좋았다.

24시간 병원으로 옮기기 전에 원래 다니던 병원과 다른 유명한 고양이 전문 동물 병원에도
조언을 구해보았다. 양쪽 다 '고양이는 입원시키지 않는 게 생존률이 높다'는
의견이었지만, 당장 구토와 혈변, 음식거부를 하는 아이를 퇴원시키라는 얘기는
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스스로 먹기 시작하면 그때 피하로 수액을 맞으며
통원치료를 하라고 권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내가 택한 방법은 병원에 아이를 두되
나도 함께 붙어 있는 것이었다. 범백 걸린 아이는 면회나 만지는 게 제한적이었지만,
이미 세 아이를 잃은 상황에서 나는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다행히 병원에서도 양해해주었고, 집에서 챙겨간 소독약으로 아이를
만지기 전과 만진 후에 소독을 했다. 병원 문을 여닫을 땐 장갑을 사용했고,
아이를 담요로 감싸안아 무릎에 내려놓은 뒤 하루 종일 또는 새벽 늦게까지 함께 있었다.



2월 6일 : 구토 멎음. 알부민 수치 저하로 복수 차기 시작함. 설사와 혈변.
             빈혈 심해짐(10% 가까이 떨어짐)

2월 8일 : 수혈받음

벨라와 우유에게 수혈했던 전례가 있어서 많이 망설였다.
(벨라의 경우는 수혈하다가 반응이 좋지 않아서 중단했고,
우유는 부작용은 없었지만 효과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 까뮤의 혈액이 병원에 있는 이크라는 고양이와 매칭이 아주 잘 된다고 했다.
매칭 Grade 1정도면 무리가 없는데, 둘은 그보다 더 잘 맞는 Grade 0이라고 했다.



2월 9일 : 수혈 후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알부민 수치와 빈혈이 조금 개선됨

2월 10일 : 혈변 멎음. 강제 급여 다시 시작. AD 캔의 미세한 건더기조차 삼키기 버거워해서 
                  완전한 액체로 만들어 먹임. 한번에 0.5ml이상 입에 넣으면 뱉어냄.

2월 11일 : 조금씩 음식에 관심을 보임. 제대로 먹지는 않음.

2월 13일 :  스스로 먹는 양이 늘어남. 변 상태 잡힘. 모양 잡힌 무른 변과 맛동산.
                   강제급여가 점차 수월해짐.


강제 급여 방법을 보려면 아래 클릭




2월 14일 : 강제급여가 조금씩 수월해짐. 스스로 먹는 양 급격히 늘어남. 설사 멎음.

2월 15일 : 빈혈 수치는 여전히 낮은 상태이나 활력이 좋아짐.
                  오후 5시 퇴원

집에 돌아온 까뮤는 엄청 행복해보였다. 손만 대도 골골거리고, 잘 먹고 잘 싸고 잘 잤다.
빈혈기가 있는 데다가 너무 오랫동안 입원해 있던 탓인지 이틀동안은 움직임이 좀 둔했다.
그루밍을 하다가도 비틀거리고 고양이 방에 격리해두어도 울지 않았다. 

 
2월 20일
: 퇴원 5일 뒤 병원 방문하여 재검. 모든 수치 정상으로 돌아옴.
                   3월 5일에 1차 4종 백신 접종 예약함.


범백은 몇 번이고 재감염될 수 있으니 완치됨과 동시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의사도 있다.
실제로 다섯 번까지 재감염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편으론, 범백 완치 후 접종을 했다가 칼리시에 감염됐다는 사례도 보았다.
까뮤의 병원에서는 2주 정도 휴식기를 가진 뒤에 접종을 하자고 했다.
강제급여나 입원치료에 대해서도 의사들마다 조금씩 다른 견해를 보이고,
저마다 접근방법이 다르듯 접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상반된 경우와 사례들 속에서 나는 까뮤 담당의사의 견해를 따르기로 했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는 기존의 범백 진행과는 많이 다른 양상을 보였고,
키트 양성 확인일부터 본격적으로 구토 설사 발열 증세가 나타나기 전까지의 3주동안은 뭐였는지
- 잠복기였는지, 그 사이에 재감염이 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항체를 만들기까지 6-7주가 걸린 것인지
아직도 의문이다. 
분명한 건 범백이 반드시 7일 안에 결판이 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접종을 마친 성묘인 아빠고양이(석봉)도 감염시킨 걸 보면 범백 변종인 듯 하다.
그동안 인터넷으로 수많은 범백 투병기를 읽고 또 읽으며, 정보를 얻었다.
내가 읽었던 범백 완치글의 주인공을 병원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뒤늦게 알게됨)
지난 1월, 2월을 지나면서 투병기의 글 한 줄, 주변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름모를 그분들께 감사를-


**

까뮤에게 적극적인 처치를 해준 W병원 담당의사선생님과 간호사분들, 감사합니다 :)




***

끝으로, 청구서 상의 병원비는 470만원 남짓 나왔다.
실제로 계산한 금액은 CONFIDENTIAL ~
대표적인 항목별 비용을 보면,

혈액검사 / CBC : 3만원
혈액검사 / PCR : 12만원
1일 입원비(수액포함) : 4만원
수혈 : 10만원
항혈청 주사 : 2만원

부가세 제외한 금액이며, 항혈청 주사와 혈액검사(CBC)는 각각의 고양이에게
거의 매일 비용이 발생했다고 보면 됨. 

가정출산 및 다묘를 책임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프게 배우게 되었음.


 

 


설정

트랙백

댓글

상자

고양이 집사 2012. 2. 20. 20:07


나는  다섯 살 때까지 외갓집에서 자랐다.

외갓집이라면 시골집의 풍경이라든가 밭일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나의 외가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2층 양옥집이었고, 지하에는 조그만 가죽 장갑 공장이 있었다.

공장장 삼촌과 열 명이 조금 안 되는 언니 오빠들이 있는 지하의 공장에서는 언제나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2층에는 가죽 원단이 잔뜩 쌓여 있는 방이 있었고, 겨울철이 되면 커다란 상자들에

가죽 장갑이 차곡차곡 담겨지곤 했다.

네다섯 살 무렵의 나에게 높게 쌓여 있는 '가죽의 방'은 혼자 하는 전쟁 놀이에서

'넘어야 할 산'이었고, 가죽 장갑을 담기 위한 빈 상자들은 적으로부터 몸을 숨기기 좋은

방공호였다. 어째서 네 살 짜리 여자아이가 혼자 전쟁 놀이 따위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전투에 참여하기보다는 도망을 가거나 숨는 쪽이었다.

그 상자들은 크기가 꽤 넉넉해서 내가 안에 들어가고도 뚜껑을 닫을 수 있을 정도였다.

몸을 접고 상자 안에 들어앉아 있으면 아무도 나를 찾을 수 없을 거란 생각에

혼자 즐거웠지만, 금세 좀이 쑤셔서 혼자 뛰쳐나오기 일쑤였다.

찾는 사람도 없는 숨박꼭질 따위가 재미있을 리 있나.

하지만 빈 상자만 보이면 매번 그 안에 들어가보곤 했다.


상자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것은 아마도 사이즈가 맞지 않게 되고서부터이겠지만,

나이 서른이 넘어서도 냉장고나 세탁기를 보면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살 때, 친구가 가져온 커다란 양문형 냉장고를 바라보다가

그 안의 음식들과 선반을 전부 꺼내고 들어가본 적도 있었다.

시원하고 아늑했다.

좁은 공간에 몸을 접고 앉아 있을 때의 이상한 안정감.


그래서 나는 상자만 보면 억지로 몸을 구겨넣는 몽롱이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고양이 집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디지만 머물지 않는.  (0) 2012.02.13
여러가지 일들, 몇 가지 생각.  (2) 2012.01.27
고양이가 없는 방  (0) 2012.01.22
고양이 입양 조건이 불쾌하신가요  (9) 2012.01.03
고양이의 기억  (3) 2011.12.20

설정

트랙백

댓글

고양이가족

고양이가족 2012. 2. 19. 00:03



까뮤 퇴원 3일차.
설사와 기저귀 때문에 털이 빠지고 살이 짓물렀던 까뮤.
컨디션도 빠르게 회복되고 몸무게도 늘어났지만 악취는 여전했다.
아무래도 냄새 때문에 석봉이와 몽롱이가
경계를 풀지 않는 것 같았다.
망설이던 끝에 오늘은 목욕을 감행하기로 했다.

셋을 똑같은 샴푸로 씻기기로 한 것.

가장 다루기 힘든 석봉이부터 시작해서
분위기가 이상한 걸 파악하고 요리조리 도망다니는 몽롱이와
영문을 모른 채 순식간에 생애 첫 목욕을 당한 까뮤까지.

목욕이 끝난 뒤 똑같은 샴푸냄새를 풍기는 셋은
고양이 방에 모여 느긋하게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장난도 쳤다.
가끔 까뮤에게 그루밍을 하기도 했다.






까뮤는 기분이 무척 좋아보인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고양이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시자  (0) 2012.03.06
우리집 막내 - 까뮤  (1) 2012.02.29
범백 물렀거라  (1) 2012.02.04
고양이와 함께 하는 시간  (1) 2012.02.02
몽롱이와 석봉이의 귀환, 그 후  (0) 2012.01.21

설정

트랙백

댓글

이틀 전 까뮤는 퇴원을 했다.

퇴원 직전 사료와 캔을 폭풍흡입하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캔과 파우치, 생식까지 먹었다.
손만 갖다대도 골골거린다.
당분간은 작은 방에 마련해둔 고양이방에서 지낸다.

몽롱이는 까뮤에게 별 관심이 없고
어리광쟁이 석봉이는 관심을 빼앗긴 것에 대해
문밖에서 종일 아이유- 아이유- 시위를 하며
호시탐탐 방으로 난입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까뮤의 냄새를 맡다가 하악질을 한 뒤
얻어맞고 쫒겨났음)

까뮤와 함께 방바닥에서 뒹굴거리다가
깜박 잠이 드는 순간들이 꿈만 같다.
행복하다.
천국 같다.

우리는 다시 행복해졌다.


itistory-photo-1


<잠들기 전 까뮤와 나>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범백 투병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이가 아플 때 + 범백 증상  (0) 2012.12.06
범백 투병기-키트 양성반응부터 발병, 완치까지  (6) 2012.02.22
행복한 고양이  (1) 2012.02.14
까뮤 입원17일째  (0) 2012.02.10
까미유  (1) 2012.02.04

설정

트랙백

댓글




이틀 전 병원 당직 선생님이
까뮤의 검사 수치를 보여주며
다시 안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름 많이 먹인다고 먹였는데...
건더기가 있으면 삼키지 못하는 까뮤를 위해
황태를 끓이고 또 끓인 물
닭한마리가 다 풀어질 때까지 끓인 물
단호박을 쪄서 갈아서 즙을 짜낸 것
ad캔을 체어 걸러 죽처럼 만든 것
회복식 액체 엔트럴케어 등을
섞거나 번갈아 가며 먹였다.
그게 전혀 도움이 안됐던 건가.
내가 하는 노력들이 처음부터 모두 역효과가 난 건 아닐까.


밤 사이에 응급상황이 생기면 연락드리겠다는 말에
나는 늦은 시간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요즘 잠에서 깨면 서둘러 전화기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메시지나 부재중 전화가 없으면 안심한다.
무소식이 완전 희소식이다.

당직선생님과의 우울한 상담을 했던 다음날, 담당주치의 선생님으로부터
'어제의 검사 수치는 기계오류인 거 같다'는 얘길 듣게 되었다.

당황했지만 너무 기뻤다.
까뮤는 하루하루 좋아지고 있었다.
계단처럼 성큼성큼 호전되는 것이 아니라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듯 힘겹게 천천히...
그래도 괜찮다. 올라가기만 한다면.




까뮤는 요렇게 누워 있다가 내가 오면
슬그머니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온다.

내가 부스럭부스럭 먹을 것을 꺼내면
오늘은 뭘 가져왔어? 라는 눈으로 바라본다.

오늘은 토끼영양제생식을 들이밀었더니
세 입 정도 먹었다.
그보다는 캔과 사료를 한참동안 찹찹 먹어주었다.

병실에 가득한 다른 고양이들이 부러워했다.

간호사선생님도 "까뮤가 제일 행복하네. 보호자님이 매일 오시고"라고
말하며 웃었다.

까뮤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까뮤가 입원실에서 바라보는 풍경.
저 문을 열고 내가 들어서는 걸 본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범백 투병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범백 투병기-키트 양성반응부터 발병, 완치까지  (6) 2012.02.22
범백 완치 :: 까뮤 컴백홈  (0) 2012.02.18
까뮤 입원17일째  (0) 2012.02.10
까미유  (1) 2012.02.04
석봉이 퇴원하다  (0) 2012.02.04

설정

트랙백

댓글


지난 토요일, 잠시 봄이 온 것 처럼 따뜻했다.
깨끗한 하늘과 잠잠한 바람.

잠에서 깨기 직전 누워 있는 내 곁으로 몽롱이와 석봉이가 와서 앉았다.
그리고 우유가 다가와 내 손등에 얼굴을 부볐다.
아니, 다가오는 우유의 얼굴을 향해 손등을 갖다댔었나.
토리와 벨라도 주변에 있었다.
떠나기 직전의 모습이었지만 이상하게도 크기가 아주 작았다.
갓 태어났을 때 만한 크기였다.
꿈인 줄을 알고 있었지만 '아..오랜만이다'라고 생각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이 멈출 때까지 세수를 하고 또 했다.
하루 종일 이러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병원에서 아이들이 담긴 상자를 받아들고,
사람들과 함께 화장터로 갔다.

아이들이 작은 항아리에 담기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 아이들이 내 무릎 위를 뛰어다녔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까뮤와 함께 견디는 매일매일은 참 더딘데,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은 순식간에 저만치 멀어져버렸다.

나는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웃었다.




**

나는 토리와 벨라에게 정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까뮤는 나와 함께 할 아이였고
우유는 자주 볼 수 있는 사람에게 분양될 예정이었지만
토리와 벨라는 멀리 가게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았다.

어리석은 짓이었다.
마음을 아낀다고 덜 상처받거나 덜 아픈 게 아니라는 사실을
손바닥만한 아기고양이들이 가르쳐주었다.

'고양이 집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자  (0) 2012.02.20
여러가지 일들, 몇 가지 생각.  (2) 2012.01.27
고양이가 없는 방  (0) 2012.01.22
고양이 입양 조건이 불쾌하신가요  (9) 2012.01.03
고양이의 기억  (3) 2011.12.20

설정

트랙백

댓글

구토가 멎은 지 4일째.
설사 멎은 지 이틀째.

하지만 거의 먹지 않아서 복수가 차기 시작한지
이틀째 되던 어제, 까뮤는 수혈을 받았다.

알부민과 빈혈수치는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약간 올랐고, 여전히 기력은 없다.

구토가 없어서 어제부터 소량씩 강제급여를 하고 있다.



닭육수+황태삶은 물+계란 노른자로 만든 보양식.
건더기는 잘 삼키질 못해서 국물만 주사기로
강제급여중이다. 국물은 내뱉지 않고 그런대로 삼킨다.

1시간에 걸쳐 약 20-25ml 정도씩 두 번 먹였다.

조금 힘들어하는 거 같아서 쉬게 두는 중.




수액 맞은 다리가 어그부츠를 신은 것처럼 부어 있었는데
오늘은 다른 다리로 바꿔 달았다.
기운을 내, 까뮤야.

처음에 느닷없이 아팠던 것처럼
나을 때도 반짝 일어서줬으면.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범백 투병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범백 완치 :: 까뮤 컴백홈  (0) 2012.02.18
행복한 고양이  (1) 2012.02.14
까미유  (1) 2012.02.04
석봉이 퇴원하다  (0) 2012.02.04
까뮤 힘내  (1) 2012.02.01

설정

트랙백

댓글





병원에 있는 까뮤의 방에 붙여주고 왔다. (두 번째 그림)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림이 까뮤를 지켜줄 거야.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고양이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집 막내 - 까뮤  (1) 2012.02.29
고양이가족  (7) 2012.02.19
고양이와 함께 하는 시간  (1) 2012.02.02
몽롱이와 석봉이의 귀환, 그 후  (0) 2012.01.21
몽롱 & 석봉의 귀환  (0) 2012.01.20

설정

트랙백

댓글

까미유

범백 투병기 2012. 2. 4. 14:44
까뮤가 밥을 먹기 시작한 지 3일 째.
회복은 여전히 더디지만 그래도 좋아지고 있다.
까뮤 덕분에 나도 버티고 있다.
사랑한다고 함께 집에 가자고 오래오래 같이 살자고
말해주었다.
걱정하고 불안한 마음보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마음을
갖고 대하면 긍정의 에너지가 생겨날 것이다.

'범백 투병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 고양이  (1) 2012.02.14
까뮤 입원17일째  (0) 2012.02.10
석봉이 퇴원하다  (0) 2012.02.04
까뮤 힘내  (1) 2012.02.01
토리 안녕.  (1) 2012.01.31

설정

트랙백

댓글


병원에 더 있다간 병세가 악화될 것만 같았다.

석봉이는 목이 쉬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까지 울었다.

목에 쓰고 있던 넥카라도 벗어버리고 철창문이 부숴져라 흔들어댔다. 

먹지 않는 것도 병원에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
.
.

이틀 전 저녁, 석봉이가 갑자기 굉장히 얌전해진 것을 발견했다.

원래 말도 많도 참견도 많이 하는 아이라서 곧바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허겁지겁 뺏어먹곤 했던 아가들 사료를 들이밀어도 본체만체였고

젤 영양제를 억지로 먹이자 헛구역질을 했다.

그리고 밤새 고열에 시달리며 앓는 소리를 했다.

누가 고양이는 아픈 것을 숨긴다고 했던가.

석봉이는 아이고아이고 하고 울었다.

다음 날 점심 때 쯤 석봉이를 병원에 데려갔고, 범백키트에는 정말 강렬한 양성반응이

나타났다. 접종을 마친 성묘가 범백에 감염된 것도 드문 일이지만,

이렇게 강하게 나타나는 건 더욱 더 이상한 일이라며 의사는 입원을 권했다.

어차피 나도 까뮤 때문에 병원에 계속 있어야 했기 때문에 석봉이를 바로 옆 방 철장에

입원시켰다. (범백 아이들 전용 케이지인 듯 하다)

그렇게 하루 +  반나절을 입원해 있는 동안 녀석은 정말 쉴새없이 울어댔다.

해열제로 인해 열이 내리자 식욕도 약간 돌아와 있었다.

문제는 설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점액질 같은 것이 나온다는 건데

시간이 갈수록 힘차게 우는 것으로 보아 기력을 잃진 않은 것 같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녀석은 참았던 변(설사)를 하고 난 뒤

몇 차례에 걸쳐 밥과 물을 먹었다. 하지만 허겁지겁 음식에 달려들었다가도 몇 입 먹고 나면

속이 거북한 듯 뒤로 물러나 술먹은 다음 날 속쓰린 표정으로 집안을 배회했다.


게다가... 중성화도 한 주제에 발정 상태인 몽롱이에게 달려들어 고양이 애로영화도 찍었다.

남자는 밥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할 수 있다더니...

잠시 후 석봉이는 다 이루었다는 듯 열혈그루밍을 한 후, 호박방석에 들어가 몸을 말고 잠이 들었다.








아픈 와중에도 석봉이는 코믹냥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







 

'범백 투병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뮤 입원17일째  (0) 2012.02.10
까미유  (1) 2012.02.04
까뮤 힘내  (1) 2012.02.01
토리 안녕.  (1) 2012.01.31
[1월 18일] 범백 발병 10일째  (0) 2012.01.18

설정

트랙백

댓글

오늘 새벽까지 세 아이가 떠났다.
토리, 벨라, 그리고 우유.
셋 모두 내가 본 마지막 모습은 의식을 잃고 옆으로
누워 심장 마사지를 받는 장면이었다.

아이가 의식을 잃어가던 그 순간에 나는 거기 없었다.
의료진들이 아무리 최선을 다했다한들
아이들은 그저 답답한 공간 속에 갇혀서
이상한 호스가 몸에 달린 채 공포심에 질렸을 것이다.
고작 닷새면 엄마 아빠도 못알아보는 고양이의 기억 속에
병원에서의 지난 일주일이 평생의 기억이 되면 어쩌나
나는 그게 가장 안타까웠다.

그래서 나는 심장마사지를 받던 자세로 숨을 멈춘
세 아이를 차례로 안아들며, 너를 위해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좋은 시설을 갖춘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지난 일주일간
아이들도 괴로웠도 나도 괴로웠다.

나는 이 괴로움을 줄이기 위해 아니 조금이라도 행복한
기억을 더 갖기 위해
오늘은 혼자 남은 까뮤의 곁을 지킨다.

병원에 있는 까뮤를 내가 먹이고 재우고 닦아준다.
더디게 회복중인 까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든 일주일이든 십년이든 그 이상이든
나는 다시 고양이와 함께 행복한 오늘을 보냈다.
까뮤는 케이지에서 내 무릎 위로
걸어내려와 한참동안 앉아 있었다.
골골송을 부르며 꾹꾹이도 했다가
기지개도 켰다가 함께 꾸벅 졸기도
했다.
예전처럼.

거실 소파에 누워 주변에 모여든
고양이들과 함께 잠들곤 했던
그 때처럼.

itistory-photo-1



itistory-photo-2



itistory-photo-3



itistory-photo-4



itistory-photo-5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고양이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이가족  (7) 2012.02.19
범백 물렀거라  (1) 2012.02.04
몽롱이와 석봉이의 귀환, 그 후  (0) 2012.01.21
몽롱 & 석봉의 귀환  (0) 2012.01.20
[생후 8-9주차] 아깽이들  (0) 2012.01.16

설정

트랙백

댓글

까뮤 힘내

범백 투병기 2012. 2. 1. 00:12




어제 오후까지 기력이 없던 까뮤는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가장 작게 태어나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가장 활발했던 녀석.

까뮤는 이제 일주일을 버텨냈다.
오늘 까뮤는 오랜만에 나를 보고
말을 걸고 다가오려 했다.
일주일만에 까뮤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골골송을 부르며
꾹꾹이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진작 안아줄걸.
토리를 그렇게 보내고
오늘은 우겨서라도 까뮤를
한참동안 안아주리라 생각했다.

조금만 더 버텨줘.
집에 가자.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범백 투병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미유  (1) 2012.02.04
석봉이 퇴원하다  (0) 2012.02.04
토리 안녕.  (1) 2012.01.31
[1월 18일] 범백 발병 10일째  (0) 2012.01.18
[2012/1/17] 아기고양이 관찰일지  (0) 2012.01.17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