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화수술에 대해 거의 매일 생각한다.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불임수술의 필요성은 대략 크게 다음 두 가지를 근거로 한다.

1. 고양이 개체수 조절
2. 질병 예방

거기에 덧붙여서 동물의 성은 인간의 성과는 달리 번식의 욕구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성의 즐거움을 빼앗는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발정과 임신, 육아의 끊임없는 순환은
전혀 즐겁지 않은 경험이라고 말한다.

'즐거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있는 바가 없으니 개체수 조절과 질병 예방만을 놓고 보자면
타당한 얘기인 듯 싶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고양이를 위한' 이유가 실은 그 고양이들을 바라보는 '인간을 위한'
변명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만약 고양이의 발정증상이 그토록 지랄맞지 않았다면
저 이유들만으로 아이가 성묘가 되자마자 허겁지겁 불임수술을 감행할까?

이 질문은 나 자신에게 하는 것이다.
내친 김에 질문을 좀 더 해볼까.

고양이의 개체수 조절?
그럴 거면 애초에 유기된 동물 이외의 고양이 입양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질병의 예방?
한 두번 쯤 임신하고 출산한다고 해서 당장 자궁축농증에 걸리지는 않는다.

고양이의 발정통은 인간의 생리통의 8배의 고통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점이 가장 걸린다.
생리통을 격하게 겪는 여자들은 다 알 거다. 여자인 거 자체가 원망스러울 정도라는 것.
그렇다해도 생리통이 괴로워 불임이 되고 싶어하진 않는다.

고양이에겐 성의 즐거움은 없고 번식의 욕구만이 있다?
학창시절 생물 시간에 물고기에겐 통점이 없어서 통증을 느낄 수가 없다고 배웠다.
그러나 얼마 전 물고기도 통증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관련 기사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ec&sid1=105&sid2=228&oid=001&aid=0002629612)
동물에 대한 인간의 연구 결과는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특히 본능적인 부분에 인간이 개입할 때는
기존의 연구들을 (완전히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맹신할 수 없는 것이다.


불임수술의 필요성이란 어떤 논리로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다.
물론 인간도 가족계획이란 것을 세우고, 고양이도 평생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
어느 시점에서는 임신과 출산을 멈추어야 하고, 인간이 개입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고양이가 인간의 거주지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이 고양이를 인간의 거주지에서 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온종일, 그리고 밤새 아기 울음소리를 내며 울어대고, 소파와 침대에 오줌을 싸는
고양이와 한 집에 사는 것 자체가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인정하자.
불임수술의 진짜 필요성은 인간이 고양이와 함께 살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게 이기적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 것과 비슷한 이기심이겠지.
물론 사람과는 달리 고양이에겐 선택권이 없다는 게 문제지만.

이 문제는 돌고 돌고 돌아서 머리가 돌 것만큼 생각하게 된다.
아직 몽롱이와 나에겐 시간이 있고, 그 시간동안 나는 계속 생각을 할 것이다.
그게 내가 데려온 아이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까.





그래도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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