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까지 세 아이가 떠났다.
토리, 벨라, 그리고 우유.
셋 모두 내가 본 마지막 모습은 의식을 잃고 옆으로
누워 심장 마사지를 받는 장면이었다.

아이가 의식을 잃어가던 그 순간에 나는 거기 없었다.
의료진들이 아무리 최선을 다했다한들
아이들은 그저 답답한 공간 속에 갇혀서
이상한 호스가 몸에 달린 채 공포심에 질렸을 것이다.
고작 닷새면 엄마 아빠도 못알아보는 고양이의 기억 속에
병원에서의 지난 일주일이 평생의 기억이 되면 어쩌나
나는 그게 가장 안타까웠다.

그래서 나는 심장마사지를 받던 자세로 숨을 멈춘
세 아이를 차례로 안아들며, 너를 위해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좋은 시설을 갖춘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지난 일주일간
아이들도 괴로웠도 나도 괴로웠다.

나는 이 괴로움을 줄이기 위해 아니 조금이라도 행복한
기억을 더 갖기 위해
오늘은 혼자 남은 까뮤의 곁을 지킨다.

병원에 있는 까뮤를 내가 먹이고 재우고 닦아준다.
더디게 회복중인 까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든 일주일이든 십년이든 그 이상이든
나는 다시 고양이와 함께 행복한 오늘을 보냈다.
까뮤는 케이지에서 내 무릎 위로
걸어내려와 한참동안 앉아 있었다.
골골송을 부르며 꾹꾹이도 했다가
기지개도 켰다가 함께 꾸벅 졸기도
했다.
예전처럼.

거실 소파에 누워 주변에 모여든
고양이들과 함께 잠들곤 했던
그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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