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만에 나타난 아빠 엄마를 하악질로 맞이한 네 아깽이 자매들.

더이상 몽롱이와 석봉이는 침입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싸움은 그들 사이로 번져 자기들끼리도 하악질 작렬.

특히 토리와 우유 사이의 신경전은 대단했다.

외출했다 돌아오니 소파 밑에서 꼼짝 않고 으르렁대던 토리는 결국 소파 밑에다 똥을 싸고

발로 밟고 완전 패닉 상태.

우유는 모두를 향해 하악질을 했지만 그 중 특히 토리를 싫어했는데

아무래도 토리 발에서 나는 똥냄새 때문인 듯 했다.

깃털 낚싯대와 오뎅꼬지를 동원해 아이들을 현혹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정신이 팔려 놀다가도 토리와 마주친 우유는 토리의 발냄새를 맡고 완전 사색이 되어

멀찌감치 숨어버렸다.

결국 스트레스 게이지가 만땅으로 차버린 우유는 구석에 놓인 비닐봉다리를 신경질적으로 긁다가

거기 그대로 똥을 싸버렸는데 하필 그 타이밍에 내가 우유를 들어올렸고

이미 나오기 시작한 배설물은 게다가 거의 설사에 가까운 묽은 변으로

우유의 동선을 따라 곳곳에 냄새와 흔적을 남겼다. (내 바지 포함)

범백 위험 시기에도 보지 못했던 설사를 ㅠㅠ

집사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수치심으로 구슬피 우는 우유를 화장실에 황급히 집어넣은 뒤

서둘러 바닥을 닦아냈다.

그 이후에도 한참동안 우유와 토리는 으르렁 하악을 반복하며 서로를 견제했고

까뮤는 멍때리다가 누군가 으르렁 거리면 따라서 그르렁거리고

오직 벨라만이 천진하게 셋 사이를 오가며 장난을 쳤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격리된 석봉이의 끊임없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울어서 목이 쉬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벨라를 제외한 모든 고양이들이 원망스러웠지만

이 모두가 내가 자초한 일...

애초에 탁묘를 보내는 게 아니었다.......


다행히도, 아깽이들은 지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나는 우유와 토리에게 어떻게 약을 먹일 것인가 궁리했다.

집에 있는 캡슐약 중에 가장 작아보이는 것 두 알을 꺼내 내용물을 모두 비운 뒤

소독한 면봉으로 캡슐 벽면에 남아 있을 가루들을 말끔히 닦았다.

동물병원에서 조제해 온 가루약(여러번 급여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던)을

캡슐 안에 채워넣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우유를 붙잡고 목구멍 안쪽으로 알약을 투척.

입을 꾹 닫고 코에 숨을 훅 불어넣자 만세- 우유가 알약을 삼켜버렸다.

같은 방법으로 토리에게도 약을 먹였다.

그리고 집에 있는 바흐 플라워에센스를 우유와 토리의 발등 및 몸 곳곳에 떨어뜨렸다.


 


<바흐 플라워 에센스>
고양이 스트레스 완화 오일 - 카밍츄와 비슷한 용도
이사, 새 고양이 대면, 병원 방문 전에 3-4방울정도 먹인다. 


원래 복용시켜야 하지만 몸에 뿌려두면 어차피 그루밍할테니까.

그리고 둘한테서 같은 향이 나면 싸움을 멈추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우유와 까뮤의 몸에도 좀 묻혔다.

저것 때문인지 아님 애들 기분이 풀려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토리가 먼저 경계심이 풀어졌다. 까뮤와 우유가 자고 있는 방석 안에 넣었더니

반항하지 않고 열혈그루밍을 시작했다. 나는 토리의 그루밍을 돕는 척 하며 발에 남은

변냄새를 제거했다. 그 때! 우유가 갑자기 구석에서 도도도도 달려나와 방석 위로

폴짝 점프해서 들어왔다.  그러더니 우유와 까뮤를 그루밍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따란~

거짓말처럼 포개져 잠든 네 아이.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백년은 지난 기분이다.

일단 아이들끼리 다시 친해지는 데는 성공했으니,

이제 남은 건 몽롱이와 저 수다쟁이 석봉이...

(석봉이가 잠잠해지니 이제 몽롱이가 울기 시작한다. 풀어줘~ 풀어줘~)

섣불리 격리를 풀었다가는 네 아이가 도로 쌈박질을 시작할 위험이 다분하니

당분간 니들은 작업방에 살거라.

(근데...그럼... 나는 언제 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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