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병원 당직 선생님이
까뮤의 검사 수치를 보여주며
다시 안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름 많이 먹인다고 먹였는데...
건더기가 있으면 삼키지 못하는 까뮤를 위해
황태를 끓이고 또 끓인 물
닭한마리가 다 풀어질 때까지 끓인 물
단호박을 쪄서 갈아서 즙을 짜낸 것
ad캔을 체어 걸러 죽처럼 만든 것
회복식 액체 엔트럴케어 등을
섞거나 번갈아 가며 먹였다.
그게 전혀 도움이 안됐던 건가.
내가 하는 노력들이 처음부터 모두 역효과가 난 건 아닐까.


밤 사이에 응급상황이 생기면 연락드리겠다는 말에
나는 늦은 시간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요즘 잠에서 깨면 서둘러 전화기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메시지나 부재중 전화가 없으면 안심한다.
무소식이 완전 희소식이다.

당직선생님과의 우울한 상담을 했던 다음날, 담당주치의 선생님으로부터
'어제의 검사 수치는 기계오류인 거 같다'는 얘길 듣게 되었다.

당황했지만 너무 기뻤다.
까뮤는 하루하루 좋아지고 있었다.
계단처럼 성큼성큼 호전되는 것이 아니라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듯 힘겹게 천천히...
그래도 괜찮다. 올라가기만 한다면.




까뮤는 요렇게 누워 있다가 내가 오면
슬그머니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온다.

내가 부스럭부스럭 먹을 것을 꺼내면
오늘은 뭘 가져왔어? 라는 눈으로 바라본다.

오늘은 토끼영양제생식을 들이밀었더니
세 입 정도 먹었다.
그보다는 캔과 사료를 한참동안 찹찹 먹어주었다.

병실에 가득한 다른 고양이들이 부러워했다.

간호사선생님도 "까뮤가 제일 행복하네. 보호자님이 매일 오시고"라고
말하며 웃었다.

까뮤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까뮤가 입원실에서 바라보는 풍경.
저 문을 열고 내가 들어서는 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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