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는 동생이 키우는 고양이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구토와 식욕부진 증상을 보였다.


"어제는 먹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웅크리고 나오지도 않고, 하루종일 아무 것도 먹지를 않아."


고양이는 대개 순식간에 아프다.

실은 순식간에 아픈 게 아니라 왠만해서는 아픈 것을 숨기는 본능 때문에

주인이 눈치채기 어렵다.

특히 성묘의 경우 겉으로 드러나게 아프다면 이미 병세가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바로 엊저녁까지 멀쩡히 날아다니던 아이가 다음날 갑자기 꼼짝않고 있거나

토하거나 먹지를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도 헤어볼을 토하기 때문에 저러다 말겠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고양이가 하루 이상 먹지 않고, 구토와 의기소침 증세를 보인다면

누군가에게 호소할 일이 아니라 곧바로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

좀 호들갑스러운 편이 병세를 악화시키는 것보다 낫다.


고양이는 대단히 위험한 방식으로 구토를 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구토를 하면 위장이 식도로 말려들어가서 자칫 식도가 상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동생은 다음날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 갔고, 현재 범백 판정을 받아 3일째 입원중이다.

심한 탈수 상태. 백혈구 수치 100...

(범백이란 범발성백혈구감소증을 일컫는 말로 정상 수치는 12000이상이다.)




증상은 다음과 같다.


1. 잠복기 : 최대 2-3주의 잠복기 동안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

검사 키트에도 음성반응으로 뜰 수 있다.

식욕부진이 있을 수 있지만, 눈치챌 수 없다.

우리집 고양이들의 경우 키트 양성 반응 후에도 거의 3주 가까이 증상이 없었다.


2. 발병 및 범백 중기 :  구토+설사+식욕부진+의기소침의 증세를 보인다. 

경우에 따라 초기에는 설사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변에서 생선 썩은내 + 락스 냄새가 난다.

주요 증상은 혈변이다. 범백 바이러스가 장을 공격해 소화기능을 거의 마비시킨다.

백혈구가 감소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장기 중 세균이 가장 많이 들고 나는 장이

가장 쉽게 감염되기 때문이다.  

발열이 심하게 나기도 하며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기도 한다.

(고온 발열보다 저체온이 더 위험한 상태로 진입한 것이라고 한다.)


3. 회복기 : 스스로 먹기 시작하면 회복의 징조다.

구토와 설사가 멎고 그루밍을 시작하면 완치된 것으로 본다.



대개 범백은 5일-7일만 버티면 살아난다고 한다.(급성)

하지만 요즘의 범백은 기존의 패턴을 깨고 한달동안 지속되기도 한다.(만성)


범백이 만성으로 넘어가면 사람이나 고양이나 피말리는 상황이 계속된다.

초기에는 구토를 막기 위해 금식을 시킨다.

하지만 절식이 장기화되면 백혈구 수치가 올라온다 해도 

장기간의 구토와 설사로 인해 다른 문제들이 발생된다.


# 우리집 막내는 3주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너무 오랫동안 먹지 않아서

  알부민 수치가 심하게 떨어지고 나중엔 복수가 차기 시작했다.

  나중엔 토해도 어쩔 수 없다는 심정이 되어 1cc 주사기로 음식물을 조금씩

  몇 시간에 걸쳐서 먹였다. 


범백은 직접적인 치료법이 없고, 고양이가 스스로 항체를 만들어낼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대증 치료를 한다.

면역력 저하로 인한 2차 감염 + 체내 영양소의 불균형으로 인해 합병증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항생제와 필요한 약이 투여된다.

그러니 투병기간과 절식이 길어지면 약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무조건 먹여야 한다.

특히 피딩튜브를 사용할 수 없는 아기고양이들의 경우에는 

위를 자극하지 않고 구토감을 느끼지 않도록 자세히 살피고 달래가면서

강제급여를 하는 수밖에 없다. 



범백의 대증 치료법과 보다 자세한 정보는 다음 글에 잘 정리되어 있다.  



펌 :: [개납카키] 범백혈구감소증 [범백] 투병시 시도할 수 있는 검사와 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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