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잠시 봄이 온 것 처럼 따뜻했다.
깨끗한 하늘과 잠잠한 바람.

잠에서 깨기 직전 누워 있는 내 곁으로 몽롱이와 석봉이가 와서 앉았다.
그리고 우유가 다가와 내 손등에 얼굴을 부볐다.
아니, 다가오는 우유의 얼굴을 향해 손등을 갖다댔었나.
토리와 벨라도 주변에 있었다.
떠나기 직전의 모습이었지만 이상하게도 크기가 아주 작았다.
갓 태어났을 때 만한 크기였다.
꿈인 줄을 알고 있었지만 '아..오랜만이다'라고 생각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이 멈출 때까지 세수를 하고 또 했다.
하루 종일 이러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병원에서 아이들이 담긴 상자를 받아들고,
사람들과 함께 화장터로 갔다.

아이들이 작은 항아리에 담기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 아이들이 내 무릎 위를 뛰어다녔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까뮤와 함께 견디는 매일매일은 참 더딘데,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은 순식간에 저만치 멀어져버렸다.

나는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웃었다.




**

나는 토리와 벨라에게 정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까뮤는 나와 함께 할 아이였고
우유는 자주 볼 수 있는 사람에게 분양될 예정이었지만
토리와 벨라는 멀리 가게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았다.

어리석은 짓이었다.
마음을 아낀다고 덜 상처받거나 덜 아픈 게 아니라는 사실을
손바닥만한 아기고양이들이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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