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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가 입양을 간 다음날, 까뮤는 갑자기 구토가 심해지고 탈수증상이 와서 입원을 했다.

그 다음날은 우유가, 그리고 이틀 뒤인 오늘은 토리가 입원 했다.

우유와 토리는 까뮤만큼 심각하지 않았지만, 두 아이를 집에서 제대로 보살필 자신이 없다.

고양이들 외에도 다른 일들이 겹쳐서 많이 지쳐 있기 때문이다.

어제 본 까뮤의 누워 있는 모습은 그냥 까만 덩어리처럼 보였는데

오늘은 네 발로 서서 나를 향해 야옹이라고 말해주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낸 지난 한 달 동안에도 아이들이 건강해질 것이라는 

믿음을 버린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보살피고 분양하는 일은

아가들의 성장과 재롱이나 보다가 하나씩 좋은 주인에게 보내는 정도의 일이 아님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건강하게 자라준 석봉이와 몽롱이에게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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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나는 채식주의자도 아니고, 가죽 제품을 사용하며, 고양이에게 닭을 먹인다.

죄책감 없이 살충제를 뿌려대며, 내가 사용하는 소독약에도 수많은 생명이 간단히 사라진다.

옆집 아줌마보다 우리 엄마의 생명이 더 소중하고, 그 중에서 내 목숨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고양이들을 살리기 위해 시간과 돈과 노력을 쏟아붓는 건 내 고양이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온전히 기대고 있는 생명을 방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회복하면, 내가 온 힘을 다해 살려놓은 이 아이들을 

나와 똑같은 마음으로 보살펴 줄 사람들에게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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